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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놀멍쉬멍

이태원 '라로즈 와인'의 원데이 클래스

“소주와 맥주로 간이 힘들 때, 와인을 찾아보세요”

글·사진 김혜인 기자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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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어서면 늘 하는 생각이다. 나는 와인만 보면 아찔하다. 수 많은 종류, 천차 만별 가격... 누구에게 선물이라도 하는 날에는 고민은 배가 된다. 술이면 다 좋아하는 나에겐 섬세한 맛을 표현하는 와인이 특히 어렵게 느껴진다. 와인 수업을 들어볼까 여러번 고민했다. 하지만 두달을 꾸준히 듣는 성실함이 필요해 등록하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찾은 ‘원데이 와인 클래스’. 수강생 평점이 5점 만점에 4.98을 기록했다. 얼마나 만족스러우면 칭찬일색일까? 두달 과정을 듣기 전에 하루짜리 강의를 먼저 체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등록했다.

이태원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라로즈 와인’을 방문했다. 같이 수업 듣는 최대 인원은 18명. 수강료는 5만원이다. 와인 시음은 네번에 핑거 푸드도 제공된다. 나와 일행은 5분 전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성비는 18명 중 남자는 4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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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강사

궁금했던 이도경 강사의 소개가 이어졌다. 첫 인상은 무뚝뚝했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재치있는 언변과 완급 조절이 된 설명으로 수강생들을 압도됐다.  더구나 전업이 아닌, 10년 차 여의도 직장인이었다. 소위 말하는 ‘투잡 강사’. 낮에는 여의도, 저녁에는 이태원을 오가는 생활을 5년째 하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의 와인 전문 학교를 졸업하고 미슐랭2스타 식당에서 소믈리에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겨둘 때 더 사랑할 수 있는 법. 현재는 직장인의 삶을 살며 자신의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강의 내내 와인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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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와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 와인의 종류와 와인을 부르는 이름, 나라마다 유명한 산지와 포도 품종에 대해 알아갔다. 모두 입문자였기에 질문을 할 때도 ‘다 같이 모르는데 뭐~’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다. 

실습도 했다. 이도경 강사가 강조한 ‘와인 테이스팅 방법’. 나는 술은 부어서 마시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와인의 진정한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했다. 문득 무식하게 마셨던 기억들이 지나가 얼굴이 붉어졌다. 총 10단계의 과정을 통해 ‘진짜 와인 마시는 법’을 배웠다.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았다. 단계 중에는 기다려야 하는 순간도 존재하고 집중이 필요한 시간도 있었다. 필요한 과정을 모두 끝내야 비로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배울 수 없는 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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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시음한 템푸스 까바 브릿 레세르바

 우리가 이 날 시음한 와인은 총 4종류다. Tempus CAVA Brut Reserva(템푸스 까바 브릿 레세르바:스파클링 와인), Greyrock Sauvignon Blanc(그레이락 소비뇽 블랑:화이트 와인), Gatt, Eden Springs Fonto Red(가트, 이든 스프링스 폰토 레드:레드 와인), Zinfandelic(진판델릭:레드)

시음은 모두 각각의 잔에 진행됐다. 사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은 와인잔이 필요한 지 의문이었다. 이 날 이후로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게 됐다. 와인은 잔에 따라 시각, 향기, 그리고 맛의 느낌이 달라진다. 품종별로 와인잔이 정해진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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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했던 안주들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소주하면 삼겹살, 치킨하면 맥주처럼 와인도 어울리는 음식이 존재했다. 아무 음식에나 와인을 곁들인다고 해서 좋은 페어링이 될 수 없다. 적절한 와인의 선택은 음식의 맛을 배가시켜줄 뿐 아니라 와인의 가치도 높여준다는 것을 배웠다. 

2시간 반으로 예정된 수업은 3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끝이 났다. 넘치는 와인과 넉넉한 핑거푸드를 보며 이렇게 하면 돈이 남을까 싶었다. 심지어 퀴즈를 맞춰 와인을 선물받는 시간도 있었다. 강사가 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같이 와인 마실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 강의한다는 말이 진심이었다. 돈을 보고 한다면 이런 강의는 나올 수가 없다는 후기들이 이해됐다.

나는 이번 강의를 통해 배운 것들이 많다. 와인은 어렵지 않았다. 와인도 똑같은 술이고 그 술이 발달한 나라와 역사만 조금만 알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소주와 맥주로는 간이 버티기 힘들 때,와인을 찾게 될 거란 강사의 말이 떠올랐다. 간이 상하기 전에 와인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첫 수업을 이도경 강사를 통해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변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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