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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13)

하루를 정리하기 위한 5R 실천하세요

하루 '마지막 시간 관리'에서 승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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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농구경기를 보면 계속 승승장구, 앞서가다가 마지막 1~2분 사이에 전세가 역전돼 뼈아픈 패배를 당하는 게임을 종종 본다. ‘마지막 시간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지고 있는 팀 선수들은 시간을 아끼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이기고 있는 선수들은 시간을 끌거나 몸보신을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인생의 승자도 평소 시간관리, 특히 마지막 시간 관리를 잘한 사람들 중에  많다. 인생의 시간을 잘게 쪼개면 결국 하루다. 하루의 시간 관리를 잘할수록 당신의 인생 승리 가능성도 높아진다. 

사람들은 대체로 아침이나 낮의 시간 관리는 잘하는 편이지만 저녁 이후 시간 관리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산뜻한 아침 출발은 중요하다. 낮에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저녁 잠자리에 들었을 때다. “오늘 하루 잘~보냈다"고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 하루 망쳤다"고 한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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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가족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 그랬다. 평일 집에서 저녁을 드는 날은 거의 없었고 보통 자정 너머 들어왔다. 1주일에 하루 쉬는 휴일에도 골프다 등산이다 종일 바깥에서 나돌았다.  결국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 외에 별로 없었다. 

이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 내 모습이었다. 그러나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한강의 기적’ 시대에 살아온 우리네 중-장-노년 세대는 이런 생활에 너무 익숙해 있었다. 

한마디로 ‘저녁이 없는 삶’에서 살았다. 

10여년전 어느 지자체 단체장은 신문에 이런 기고를 했다.

한국인은 선진국 사람보다 훨씬 덜 연구하고 공부한다. 한국 성인 1인당 독서량이 192개국 중 166위라는 UN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한국인들은 이 부족분을 인맥과 로비와 ‘배째라’라는 저돌성으로 충당하며 사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소모임의 박람회장’이다. 한국인의 모임 성격은 딱 두가지다. 친목 모임 아니면 접대모임이다. (중략)

밥 먹고 술 먹고, 1차 가고, 2차 가고, 노래방 가고, 찜질방 가고, 폭탄주 마시고, 건배하고… 공무원이건, 직장인이건, 사업가건, 교수건, 법조인이건, 예술인이건 예외가 없다. 찾아다녀야 할 모임은 너무 많고 만나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진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나라가 한국이다. 

- ‘저녁 6시 이후가 선진화돼야 한다’/ 황주홍 강진군수(현 민주당의원), 조선일보 200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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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는 지치고 소모적이다.   

선진국의 저녁은 우리네와 참 많이 달랐다. 처음 해외생활을 하던 1987년 내가 살던 뉴욕은 오후 4시반이면 퇴근 러시아워가 시작됐다. 저녁 6시 정도면 대부분 집으로 귀가해 가족들이 식탁에 앉아 함께 저녁을 든다.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저녁 메인 뉴스시간이 오후 6시반 내지 7시였다. 당시 우리 저녁뉴스시간은 9시였다. 

한국에서 밤늦게까지 술 마시던 버릇이 있던 나는 어둠이 깔리면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술집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1994년 워싱턴 DC에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럽, 캐나다 등지를 여행할 때도 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유흥가 지역을 제외하고는 밤은 대체로 조용했다. 

그네들도 낮에는 살벌한 생존경쟁에 몰두하지만 저녁에는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했다. 긴장되고 냉철했던 사람이 저녁에는 느슨하고 선한 사람으로 바뀐다. 조직의 안녕보다 개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   

왜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한가.

우리는 살벌한 생존경쟁의 전쟁터에서 지친 몸을 가정에서 쉬게 해야 한다. 힐링(healing)할 필요가 있다. 가족과의 저녁에서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제고된다. 그것이 다시 나를 휴식케 만든다. 아늑한 가정의 품안에서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그것이 내일을 위한 에너지와 지식의 충전으로 이어진다.  

저녁을 잘 보내야 잠을 잘 자게 되고, 잠을 잘 자야 이튿날 아침이 상쾌한 법이다. 선순환이다. 저녁이 좋으면 하루가 다 좋다. 

잠을 못자면 정신 건강도 해친다. 우울증 환자는 종일 온갖 부정적 상념에 시달려 지내다가 그 연장선상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되며, 이튿날 아침은 정신적으로 최악의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것이 악순환처럼 반복되면서 증세는 점점 깊어진다. 

한양대 유영만 교수(교육공학)는 저녁을 잘 보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하루를 정리하기 위한 5R’을 권고한다.  

 

⊙ Reflect(성찰): 하루 일어난 일 중 좋은 일 다섯 가지와 나쁜 일 다섯 가지를 나눠 조용히 복기하고 정리해본다. 

Rediscover(재발견):하지 못한 일, 지나가버린 일, 간과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의미를 찾는다.    

⊙ Reconnect(관계회복): 하루 동안 만났던 사람을 회고해보고 새로운 관계를 추구해본다.    

⊙ Read(독서): 책 읽는 것 자체가 하루를 정리하는 화두를 찾는 것이고 내일을 기획하려는 마음가짐이다.   

Relax(휴식):앞만 보고 달려온 하루, 또 다른 하루를 구상하기 위해선 지금 몸과 맘을 쉬게 해야 한다.   

 

# 사족                              

우리 일생에서 저녁시간은 얼마나 될까.

‘평균 수명 100세 시대’로 따져볼 때 1년 365일이 100년이면 36,500일이요, 시간으로 따지면 87만6,000시간이다. 이중 저녁시간(오후 6~11시)을 5시간으로 잡으면 평생 저녁시간은 18만2,500시간이다. 당신이 50세라면 아직 그 절반인 9만1,250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총 3,800여일, 1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이다. 

자, 오늘부터 우리의 저녁을 회복하는 것이 어떨까. 저녁을 먹고 아내와 둘이, 아니면 가족 모두가 산보를 나가는 것도 좋다. 아무도 따라 나오지 않는다면 나 홀로 산책을 즐긴다. 동네 주변이나 인근 풍경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서재나 거실에서 음악을 듣거나 하루를 정리해본다. 반성도 하고 계획도 세우고 시간이 남으면 독서도 하면서 재충전한다. 일기를 쓰는 것도 좋다. 종교인이면 종교서적도 보고 기도도 하라. 

옛날에는 가난했어도 온 가족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저녁을 같이 먹었다. 어린 시절 떠들다가 어른들로부터 자주 혼도 났지만 늘 오순도순 즐거운 편이었다. 그렇게 사람 사는 법을 익히고 사람과 사람 속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달님과 별님을 보며 공상을 키우던 옛 시절, 멀리서 들리는 개짖는 소리, 고즈넉한 주변 마을. 비록 가난하고 무지했어도 그때는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지금 우리보다 훨씬 편하고 인간적이었던 것 같다. 

하루 ‘마지막 시간 관리’에서 승리하라!


열세번째 기억하기

5R은 성찰(Reflect), 재발견(Rediscover), 관계회복(Reconnect), 독서(Read), 휴식(Relax)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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