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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의 마음 숲 산책길

왜 사람들은 ‘잘못된 만남'을 되풀이할까

사랑이 두려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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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씨는 2개월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울 만큼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정신과라는 곳에 처음 내원한 그녀는 단지 불면, 불안, 우울과 같은 증상을 완화하여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만 바랬습니다. 약물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된 후에도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자 그녀는 심리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그녀의 이상형과 거리가 멀었고 만나는 동안에도 행복하지도 않았습니다. 함께 다니는 것이 창피하게 여겨지기도 했을 만큼 남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지만, 이별 후 일상생활이 안될 정도로 무너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전 남자친구를 잊고 싶어했고 남자친구가 꿈에라도 나오는 날이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진실한 사랑을 해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야기 하다가도, 연예인 부부가 이혼한 소식에 세상에는 진실된 사랑은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고통이 2개월 전 이별로부터 비롯된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진료가 거듭될수록 차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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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가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과거 및 현재의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도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성격이 맞지 않는 직장상사, 어린시절부터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부모님, 자신을 배신한 절친한 친구 등 여러 관계 속에서 받아온 상처들을 되짚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스스로 자신을 사랑받기 힘든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녀의 고통은 최근 이별로 인한 상실감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래에 있을 또 다른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인 자신에 대한 미움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사랑 받을 가치가 없고 결국에는 상처를 받고 말 운명이라는 두려움이야 말로 사랑을 향해 가는 길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험난한 장애물일 것입니다. 

누구나 건강한 자존감이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존감이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자신이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며 사랑 받을 만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나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관계들 속에서 친절과 관심을 보이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것이지요.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을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는 이들은 타인에게 베풀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들의 내면에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과 불안이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상대방을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사랑하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도구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랑을 베풀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사랑을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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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오로지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지요. 그래서 과도할 정도로 애정을 확인하려 들거나 때로는 불합리한 소유욕을 내보이기도 합니다. 

병약한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진실된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가 됩니다. 내가 나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 하는 것이지요. 사랑받는 순간에도 의심과 불안이 끼어들어 행복할 수 없고 불필요한 갈등과 다툼이 반복됩니다. 게다가 이들은 사랑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진실된 사랑을 할 만한 사람을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진실되게 자신을 내비칠 수 있으며, 삶을 함께 공유할 만큼 존경스러운 사람을 찾을 에너지와 여유가 없는 것이지요. 

대신에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나 가면을 쓴 자기 모습에 감명받을 만한 사람을 서둘러 만나게 됩니다. 이런 만남은 대부분 다시 잘못된 만남으로 되풀이하게 됩니다. 

마치 미래에 있을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예언하기라도 한 것처럼, 실패한 사랑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며 이 세상에 진실된 사랑은 없다는 부정적인 신념은 더욱 강화됩니다  

사랑에 실패하는 원인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할 자존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면 깊은 곳에 남아있는 빈약한 자기 개념은 관계를 좀먹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사랑을 파괴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사랑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받는 사랑 또한 밑 빠진 독에 붓는 물과 같습니다. 윤아씨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사랑을 빨리 잊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성급하게 만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윤아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스스로 자기 사랑에 친숙해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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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자신을 사랑받기 힘든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면 섣불리 다른 관계를 만들기 보다 우선 자신을 사랑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에 대해 품고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의식하고 이를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으로 교정할 시간을 갖는 것이지요.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연민과 사랑으로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돌봐주세요. 

실연의 아픔 끝에 자기 사랑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윤아씨는 자신에게 편지를 적었습니다. 편지에는 이제까지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겨온 것에 대한 사과와 앞으로는 진심으로 사랑해주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지요.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고통스러운 마음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습니다. 

수 개월간 외로움과 혼란 속에서 방황하던 마음의 주인이 다시 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따듯한 욕조에서 목욕을 하거나 나를 위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대접해 줄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자기 사랑의 실천을 통해 미래에 있을 사랑을 지탱할 수 있는 안정적인 내면을 형성할 때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한 걸음씩 자신을 사랑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사랑에 대해 남 몰래 품고있던 두려움 속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환자 privacy를 위해 이름과 story는 각색된 것입니다.) 

글ㅣ 최윤정
프로필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인과 학생 등 젊은 연령층이 주로 찾는 병원에서 근무하며 이들의 우울과 불안을 치료한다. 이별 수업, 자존감 키우는 법 등 청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멘토가 되었다. 행복과 자존감 문제를 다룬 책을 저술 중이며, 현재 Instagram 을 통해서도 글을 올리고 있다.
참된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의 내면에 숨겨진 회복탄력성과 치유력을 함께 발굴하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치료자가 되게끔 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nstagram 주소 : mondedereve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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