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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31)

코로나 재택근무 ‘무기력증’ 극복법(상)

“우선 자리 박차고 일어나 행동부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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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30)씨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5개월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직장이 외국계 IT회사라 모든 업무를 '비대면(untact)'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점점 일이 하기 싫어지고 의욕이 사라지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 한 두달은 좋았어요. 출퇴근 전쟁도 없고, 매일 얼굴을 맞대며 긴장 속에 사는 직장스트레스도 적어져 마치 긴 휴가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가졌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심신이 축 쳐지고 마음이 우울해지면서 쓸데없는 자책, 잡념에 빠지는 거예요."

더구나 그녀는 싱글이라 혼자 산다. 대화도 이메일이나 문자로 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종일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보낸 날도 있다. 

“서로 얘기하고 신경도 쓰고 좀 다투고, 그런 ‘지지고 볶는’ 일상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거예요. 사람과의 부대낌이 일면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것이 삶에 필요한 긴장, 활력, 에너지, 휴식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어요."  

그녀에게 찾아온 ‘무력감 바이러스’는 점차 그녀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해 늘 부지런하고 유쾌하며 희망에 차 있던 그녀를 게으르고 우울해하며 절망 속에 빠뜨려 놓고 있다. 단적인 변화는 이렇다.  

  

 

- 만사 다 귀찮다. 집안 정리, 우편함 열어보고 청구서 지불하기, 전화하기 등 당연한 일상생활 속 할 일도 하기 싫다. 

- 업무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지금은 시키는 일조차 마감시한을 연기하거나 버거워한다. 

- 매일 하던 운동도 하기 싫다. 예전에는 회사 출퇴근하느라 어느 정도 신체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 조차 없으니 몸이 축 처지고 늘 피곤하다.

- 식습관에 변화가 생겼다. 입맛도 없고 제 때 먹기도, 음식 하기도 싫어 대부분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에 의존한다. 

- 사람 만나기가 귀찮거나 불안해진다. 모임이나 행사에 가려고 해도 마음에 부담이 된다. 자연 인간관계가 협소해진다. 

-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이유 없이 화가 치민다.

-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적어지고 자기비판, 죄책감이 많아지며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정적 반추(negative rumination)가 많아진다. 

- 자신의 앞날이나 미래를 생각하면 두려워지며, ‘과연 내가 잘 살 수 있겠나’라는 무기력감과 위축감을 자주 느낀다.

- 수면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보다 너무 자거나 너무 적게 잔다. 낮에 소파에 누워 하염없이 반 수면 상태의 낮잠을 자는가하면 밤에는 잠이 안와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곤 한다. 

   

이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마크 윌리엄스 임상심리학명예교수 등이 주축이 돼 개발한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 (MBCT)’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설명과 함께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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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상:   탈진 깔때기에 빠졌다

위 그림 탈진 깔대기의 맨 위에 있는 원(圓)은 정상적이고 균형잡힌 삶 속에 사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스트레스와 잡념, 우울감이 많아지면서 원은 점점 작아지고 우리 삶 역시, 그렇게 쪼그라든다. 작아지는 원만큼 우리는 그동안 삶에서 해온 활동이나 영역을 포기한 것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깔때기의 가장 아래로 빨려드는 사람은 대개 무척 성실한 사람, 즉 업무 실적 같은 외부 요인에 자존감을 의존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탈진 깔대기에서 벗어나려면 그동안 일에 의해서건, 무기력증에 의해서건 포기한, 삶의 즐거움을 주는 활동, 다시 말해 자신에게 자양분을 주는 활동을 재개하므로써 삶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비축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2) 처방:  행동(Action)이 우선이다

기분이 처지면 어떤 행동도 하기 싫다.(방바닥에 누워있거나 꼼짝 않는 행동만 제외하고는). 그럴수록 무기력함이나 우울함(depression)은 더욱 심화된다. 그러나 어떤 행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마음이 따라오고 삶의 욕구가 생기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예컨대 속으로 ‘너무 피곤해, 별 생각이 없어’라고 생각하다가도, 예상치 않게 친구가 찾아와 함께 밖에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기분도 전환된 경험을 많이 갖고 있다. 또한 운동이나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 등은, 비록 내 내면에서 ‘해봤자 소용없어, 그냥 가만 있으라구’라고 속삭이더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막상 행동화시키면 기분이 ‘업’되고 활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곤함, 불행감, 스트레스, 불안감 등을 느낄 때 가만히 마음 속에서 어떤 ‘긍정적 변화나 욕구’가 올라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오히려 행동을 먼저 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① 행동 리스트 만들기

하루 중 내게 ▲양분을 주는 활동과 ▲소모시키는 활동이 각각 얼마나 되는 지 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우선 평소 하루 동안 자신이 하는 활동들을 모두 떠올려라. 잠시 눈을 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면 된다. 하루 종일 똑같은 활동을 한다면 그 활동을 더 작은 활동으로 쪼갠다. 

ex. ▲운동 ▲식사 ▲신문보기 ▲TV시청 ▲회사와 업무연락 ▲컴퓨터 서핑 ▲커피 타기 ▲화분 물주기 ▲청소 ▲책읽기 ▲세수-샤워하기 ▲독서 ▲음악감상 등등…

이제 각각의 활동에 대해 양분을 주는 활동과 소모시키는 활동 등으로 구분해 본다. 두 가지가 다 겹치거나 어떤 부분이 더 강할 수도 있다. 예컨대 신문보기는 양분(정보)을 주는 활동이면서 소모시키는(세상스트레스) 활동이기도 하다.  

리스트를 만들어 놓으면 하루 어떤 활동을 되도록 많이 하거나, 줄이면서 삶의 균형을 바로잡아 갈 수 있는가를 알게 된다. 

② 실행하기

가만히 혼자 편히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호흡을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편안하고 청명한 마음이 되면 위의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아래 두 질문에 가장 잘 해답을 줄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실행한다.  

- 바로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 지금 당장 나를 가장 잘 돌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만약 지금 마음이 편치 못하다면 ‘지금 내게 가장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따져 실행해본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acceptance)과 함께 과감한 내려놓음(letting go)도 필요하다. <계속>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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