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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사회적, 물질적 욕구가 클수록 행복지수는 낮아

윤종모 주교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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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십 수 년 전에 어떤 잡지사 기자와 마음을 주제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기자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교수님은 행복하십니까?"

나는 살짝 당황했다. “행복하다"고 말하자니 뭔가 거짓말 하는 것 같고,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하자니, 소위 성직자이며 명상하는 사람이 ‘행복하지도 못해?’라는 인상을 줄까봐 당황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듬거리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네......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행복지수라는 말이 있다. 행복은 우리가 갈망하는 욕구와 그 욕구의 성취와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정서적 만족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것이 100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성취한 것이 70이라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70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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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대개 경제력이 높은 서구의 복지국가들이다. 돈도 많고 사회복지가 잘 돼 있으니 행복지수가 높을 것이다. 가난하면서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도 있다. 부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면서도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왜 그럴까?
행복지수라는 공식으로 미루어 살펴보면, 욕구가 많으면 그에 부합하여 성취가 높거나 혹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혹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욕구가 적으면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부탄 등의 나라 사람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종교적 심성 외에 가지고 있는 욕구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불평하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행복지수는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늘 먹을 것이 부족했던 사람이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취직을 하여 맛있는 음식을 매일 충분하게 먹게 되었다면, 그는 큰 행복감을 느낄 것이고 그의 행복지수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갈망이 배부름이 아니라 안정된 직업을 향하게 된다면 그의 행복지수는 다시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나는 부탄, 네팔 같은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았던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물질 문명에 물들어 사회적, 물질적 욕구가 높아지자 급속하게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행복지수는 늘 변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행복지수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은 일상생활을 하는 개인에게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것도 많고 성취도도 비교적 높은데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사회적, 물질적 욕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구는 대체로 상대적 빈곤감에서 온다. 나는 직업상 비교적 많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편인데,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좀처럼 보지 못했다. 절대 빈곤은 분명히 악(惡)이다. 그래서 사회 복지가 충분히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상대적 빈곤감을 개선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적 빈곤감에서 오는 욕구를 좀 줄여야 한다. 상대적 빈곤감과 그로부터 오는 욕구 불만은 정신적인 문제이면서 또한 영성적인 문제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욕구를 줄이는 것은 사실 영성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영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하지 않는 개인, 명상하지 않는 종교는 결코 영성이 성숙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행복의 요소를 주로 외부의 환경에 두는 사람은 좀처럼 행복할 수 없다. 늘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언젠가는 탈진하고 말기 때문이다.
삶을 행복으로 보느냐, 혹은 고통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문제이지만, 명상을 수련하여 영성이 깊어진 사람에게는 삶은 언제나 행복이다.
욕구가 있으면 최선을 다 하여 성취하도록 노력해보라. 그러나 그 결과에 집착하지는 말라!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명상한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지만 꾸준히 명상하면 삶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확신한다. 명상 덕분에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게 되어 전보다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