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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왜곡된 자아, 페르소나와 그림자

치유 못하고 억누를 때 커져

윤종모 주교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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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중요한 두 개의 축은 지(止)와 관(觀)이다.

지(止)는 바쁜 마음을 잠시 멈추고 의식을 내면으로 모아서 내면에 고요한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지명상(止瞑想)의 결과 ‘쉼’을 얻으며, 존재의 본질을 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볼 수 있는 내면의 상태를 만들 수 있다.

관(觀)은 바라보고, 살펴보고, 성찰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말씀을 가슴에 담아 바라보는 것이나, 불교에서 화두(話頭)를 붙잡고 바라보는 것 등은 모두 관명상(觀瞑想)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상담심리학을 오랫동안 강의해 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내가 명상 중에 바라보는 대상은 예수의 말씀이나 붓다의 말씀 외에도 심리학적 주제가 많다. 사실 마음은 심리학이나 명상에서 바라보는 주된 대상이다.

나는 명상할 때 가끔 나의 페르소나(persona)와 그림자(shadow)는 무엇인가 하고 살펴볼 때가 있다.

그리스인들은 연극을 할 때 자기가 맡은 역할에 따라 가면을 쓰곤 했는데, 이 가면을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리스인들이 연극을 할 때 썼던 가면처럼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직함에 맞는 가면을 쓴다.

인간은 자라면서부터 가면을 쓰는 것을 배운다. 아이들은 특정한 행동양식, 예를 들면 웃거나 귀여운 짓 등이 오줌을 싸거나 떼를 쓰는 등의 행동양식보다 더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성격이 형성되는데, 페르소나는 그 중에 하나이다.

인간은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이 용납하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비록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인정과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런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성격, 즉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위해 ‘나’가 ‘타인’에 대해 갖는 성격화 된 ‘나’가 곧 페르소나인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나쁘고 잘못된 아이나 하는 짓이라고 배웠다면, 그는 자신의 자연적 감정인 분노를 완전히 가면 밑에 숨기는 내면화 성격을 발달시킬 수 있다. 분노를 느낄 때, 그는 이마를 찌푸리는 대신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영성 혹은 인격이 성숙하여 분노를 즉시 자각하고 그 감정을 해소하여 미소를 짓는다면 이는 매우 건강한 것이지만, 분노의 해소가 없이 분노나 타당한 욕망을 줄곧 가면 밑으로 감추는 미소는 매우 위험하고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페르소나는 사회생활에서 피할 수 없다. 또 페르소나의 순기능(順機能)도 있다. 문제는 페르소나가 심각한 위선과 병리현상을 동반하여 자신과 타인에게 독이 되는 경우이다.

그림자(shadow)는 페르소나와 정반대 현상이다. 그림자는 원시적이고 본능적이며 동물적인 존재와 같다. 그림자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우리 내부의 어떤 모습이다.

그림자는 우리의 욕구가 사회, 문화적인 환경으로 인해 표현되지 못하고 억압될 때,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내면으로 억누를 때 강화된다.

억압된 욕구와 상처 등은 무의식 속에 부정적인 정서로 자리 잡게 되는데, 사람들은 보통 이런 감정을 잘 의식하지 못한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인 그림자는 자신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공격한다.

자신의 내면에 짙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페르소나를 쓰고 있으면, 평상시는 부드럽고 친절한 모습을 띄고 있다가 그림자가 폭발할 때는 엄청난 폭력을 휘두르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때, ‘아니 그렇게 선량한 사람이 왜…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림자의 크기나 강도는 대체로 그 사람의 성장 환경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환경이 넓고 개방적일수록 그림자는 작고, 환경이 좁고 폐쇄적일수록 그림자는 진하고 크다.

넓고 개방적인 환경이란 수용적이고, 개방적이며, 사랑과 배려가 있으며, 종교에서는 비율법적이고, 자존감이 높으면서 여유가 있다. 좁고 폐쇄적인 환경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거부당하고, 비난을 받으며, 억압당한다. 그러므로 이런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사회적인 승인 등이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는 페르소나를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과도한 페르소나와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그림자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명상을 통하여 그림자를 바라보고 만날 수 있으며, 그림자가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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