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13)

내 인생을 바꾸게 해 준 10분 설거지

일상의 소소함이 가져다주는 행복

shutterstock_1230899473.jpg

회사원 지석씨(35)는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 하면서 오히려 아내(33)와 티걱태걱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그동안 회사 일을 핑계로 잘 하지 않던 집안일을 해달라는 아내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이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말다툼, 신경전이 오갔다. 

결혼 3년차인 이들은 아직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며, 집안일은 공무원으로서 정시퇴근하는  아내가 주로 처리해왔고 지석씨는 휴일에 집 청소 정도를 해왔다.

마지못해 집안일을 거들면서도 지석씨는 신경질과 불만이 늘어났다.

‘직장에서 늘 들볶이다가 모처럼 집에서 쉬는데 이젠 아내에게 들볶이나?, 쳇’    

이런 마음을 갖다보니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연 서로 간에 말도 뜸해지고 눈치도 보였다. 어쩌다 오가는 말에는 가시가 돋힌 듯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편치 않은 마음이 더 죽을 맛이 됐다. 괜히 부아가 치밀면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도대체 인생이 뭐 이래. 왜 이리 재미없지. 다 자기만 생각 하려고 하지?’

사실 이런 생각 자체가 온당치 않다는 것은 지석씨도 알지만은 어쨌든 그런 감정 섞인 마음이  잘 들었다. 

어느 날 아내가 차려준 점심을 먹고 소파에 기댄 그의 머릿 속에 문득 과거 읽은 명상책의 한 챕터가 떠올랐다.  ‘일상생활에서의 마음챙김’

 

명상은 늘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태도다. 과거나 미래도 아니고 오로지 지금 여기 ‘나’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 지금 나의 생각, 감정, 감각을 알아차려라. 바로 이런 자세에서 평온함과 내적 균형감, 잔잔한 기쁨이 찾아온다.

굳이 가부좌를 틀고 할 필요도 없다. 이런 마음가짐은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밥상을 차리면서, 쓰레기를 치우면서, 정원을 돌보면서, 잔디를 깎으면서, 이를 닦으면서, 면도하면서, 샤워나 목욕을 하면서, 수건으로 물을 닦으면서, 아이들과 놀거나 혹은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면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전화를 하면서, 차고를 청소하면서, 차 수리를 맡기거나 스스로 수리하면서, 자전거를 타면서, 지하철을 타면서, 버스를 타면서,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개와 산책하면서, 포옹하면서, 키스하면서, 만지면서, 사랑을 나누면서,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일하러 가면서, 일하면서, 현관 계단이나 공원에 그저 앉아 있으면서도 순간순간 행하고 있는 일에 마음챙김할 수 있다. 

 

순간 지석씨의 머릿속에 뭔가 스쳐지나갔고 가슴으로 이어지면서 벌떡 일어났다.  

설거지하자!

그는 주방 싱크대로 갔다. 손 장갑을 끼었다. 수북이 쌓여 있던 식기들을 천천히 개수대로 옮겨놓고 수돗물로 세척하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식기에 붙어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차례차례 씻어냈다. 다음에는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정성스럽게 닦아 나갔다. 

shutterstock_1550986676.jpg

냄비, 접시, 사발, 종지, 컵…. 

건성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빨리 해치우려고 하기보다 느긋하게 천천히 

생각이 잠깐 다른 곳으로 가면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지금 & 여기’ 설거지 일에 집중했다. 그는  어느새 설거지 일을 자신이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설거지도 내 삶의 일부다.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한다. 이젠 지겹지도 않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성취하기 위해 설거지를 빨리 끝내야 된다는 생각도 없다.  그저 할 뿐이다. 

마음이 딴 데 가 있어 이 순간을 놓쳐 버린다면 나는 내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접시 하나, 쟁반 하나, 컵 하나를 집어서 씻고 헹굴 때 몸의 움직임, 호흡의 움직임,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린다. 접시를 씻고 물기를 닦아서 식기 건조대 위에 차례로 올릴 때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수돗물과 함께 수세미로 개수대 전체를 잘 닦아주고 고무장갑을 벗는다. 

시계를 보니 설거지 일에 약 10분이 소요됐다 평소 2~3분이면 해치우던 일이었는데….

그러나 아깝지 않았다. 가벼운 육체적 운동을 한 기분이다. 

산만하던 머릿속은 어느새 안정돼 있었다. 마음에 평화로움과 호젓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순간순간 충실히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내 일을 덜어주었다는 데 뿌듯함이 들었다. (실은 자기 일이기도 하다)   

shutterstock_1285743073.jpg

그는 식탁 의자를 옮겨 베란다 앞에 앉았다. 늘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 오래 만에 자리를 바꿔 아파트 바깥 풍경을 음미해본다. 봄 날 오후 싱그러운 풍경이 마음을 부드럽게 파고 들었다. 

아내가 따뜻한 차를 끓여 와 권했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

지석씨는 앞으로 빨래도, 청소도, 음식 만들기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더보기
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13)
코로나 재택근무 ‘무기력증’ 극복법(상) “우선 자리 박차고 일어나 행동부터 하세요”
열대야, 근심걱정 많은 데도 잠 잘자는 법 인간의 기본적 생체리듬 회복하기
내 마음에 평화-기쁨-사랑을 주는 30분 윤종모 주교의 8단계 아침 명상법
당신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10가지 생활습관 암 치유 통해 터득한 건강비법
항암치료 대신 자연치유로 병 고친 이야기 자기면역력 강화하는 ‘암치유 10계명’
육십 넘어 14년 혈압약 끊고 고혈압 고친 비결 마음 잘 다스리니 가족력도 물리칩니다
마음의 소리나 감정을 잘 모른채 살아가는 현대인 이젠 당신 내면을 탐색할 시간입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인·수·분·해'로 극복하세요! 불안·분노·우울증·공황장애 이기는 법
예일대 교수, 일미스님의 ‘매일 자기 사랑법’ ‘늘 잘못하지 않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당신은 스트레스 받으면 ‘벌컥형’인가 ‘회피형’인가? 슬기롭게 스트레스 대응하는 7가지 습관
골치 아플 때는 대자로 편하게 누워라 ‘마음의 눈’으로 몸 살피다보면 스트레스 ‘아웃’
아프리카 초식동물이 맹수에 쫓기면서도 잘 사는 이유 사자 10년, 얼룩말 35년이 평균 수명
사자 ·호랑이처럼 숨쉬고 삽시다 토끼같이 숨 할딱거리고 살면 만병근원
일상 '행복'과 '성공', 두마리 토끼 잡는 방법은? 스티브 잡스가 매일 아침 수련한 '이것'
"햇볕, 자연, 운동으로 우울증 날려보내세요" 생활습관 변화가 뇌 기능도 바꾼다
50대 후반 찾아온 우울증…이렇게 극복했다 3개월만에 약 끊고 한 일은?
일상 언제 어디서나 잠깐 편하게 쉬는 법 사무실·길가·버스·지하철에서 마음 재부팅
소파에서 '5분'만으로 진짜 휴식 얻는다 흔들리는 마음 쉬고 에너지 비축하기
내 인생을 바꾸게 해 준 10분 설거지 일상의 소소함이 가져다주는 행복
불쾌한 마음 깜쪽같이 사라지는 1분 몸풀기 언제 어디서나 잠깐 스트레칭
5분 '내 몸 바라보기'로 한시간 휴식 효과 점심시간 베스트 활용하기③
15분 '걷기'로 내 몸이 재충전되는 놀라운 변화 점심시간 베스트 활용하기 ②
불편한 동료와도 편하게 점심 먹는 법 점심시간 베스트 활용하기 ①
‘산티아고’ 안가고도 마음의 행복 얻는 법 '10분 완성' 업무 중 잠깐 마음챙김
'나는 지금 긴장하고 있지 않는가' 신체 감각 점검을 통한 마음의 균형
김대리가 출근 길 평정한 마음 갖는 법 '인간관계 스트레스' 이렇게 푼다
출근길 운전하면서 평정심 유지하는 법 라디오, 휴대폰은 되도록 끄고 돌발상황에 자동반응 피하기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전철역까지 신체 감각 집중하기 ‘10분 완성’ 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 법
‘10분 아침식사’ 방식이 가져다 준 놀라운 변화 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 ‘지금 & 여기’
직장인 지영씨의 세면실 아침 출근 준비 '10분 완성' 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 법
요즘 아침 신문 볼 때마다 심호흡을 하는 이유 '10분 완성' 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