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웰빙족이든 슬로비족이든 명상하는 삶을 살자

윤종모 주교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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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정보기술(IT)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더 바쁘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정보에서 밀리고, 정보에서 밀리면 도태된다. 여기에다 인공지능(AI)까지 겹쳐서 인간은 상당 부분 AI에게 직장을 뺏길 염려까지 있다.

현대문명의 위기다.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현대 물질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명상을 선택했다. 그래서 ‘위즈덤 2.0(Wisdom 2.0)’이라는 컨퍼런스를 열어 명상을 연구하고 정보를 나누는 것 같다. 내년에는 ‘위즈덤 2.0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대회가 열릴 모양이어서 기대된다.

이런 때에 나는 웰빙(well-being) 족과 슬로비(slobbie) 족을 생각해 본다. 웰빙과 슬로비의 철학과 생활양식이 지금과 미래의 문명의 위기에 대처하는 하나의 좋은 대처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웰빙의 정신은 생명에 대한 경이와 함께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하찮아 보이는 사물 속에서도 신선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동시에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만들어 행복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웰빙족은 평화로운 마음을 만들기 위해 명상과 요가와 운동을 하며 친 환경적인 음식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웰빙이 좋은 것만을 선호한다는 생각은 육체의 눈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가진 잘못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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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비족은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또 바쁘게 살지도 않는다. 슬로비족은 일을 천천히 하지만 오히려 온 마음을 기울여 더 잘 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 자체를 즐기고 성취한 일에 만족하며 행복해 한다. 성취한 일이 크든 작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쟁 자체를 즐기거나 경쟁에 이겨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도시에 살더라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
웰빙 족과 슬로비 족의 공통점은 명상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서구에 불고 있는 명상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8월 4일자 <타임>지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일 천만 명 이상이 명상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명상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추세로 명상인구가 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가 은은한 차 향기를 음미하듯, 오랜 세월 숙성된 포도주를 마시듯, 깊은 음악을 느끼듯, 마음으로 읽곤 하는 지혜의 시(詩)가 하나 있는데 너무 긴 시여서 일부분만 소개해본다.
‘특별한 날을 위해 오늘을 낭비하지 말라.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찾고, 지식을 구하라. 있는 그대로 보라.
사람들과 보다 깊은 관계를 유지하라.
가족들과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인생이란 즐거움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내일을 위해 아껴두었던 무언가를 오늘 사용하도록 하라.
당신의 삶에 그리고 누군가의 삶에 웃음과 기쁨을
보태줄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말라.
매일, 매 시간, 매 순간이 특별하다.‘
웰빙족과 슬로비족의 철학, 그리고 이 시가 보여주는 지혜는 명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그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명상한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지만 꾸준히 명상하면 삶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확신한다. 명상 덕분에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게 되어 전보다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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