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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인물 탐구

노무현과 용서 ③

용서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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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비극적으로 세상을 하직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검찰 조사에서 나온 정도의 금품수수 의혹 때문에 그랬는가? 아니면 무리한 수사에 대한 격한 반발인가? 또는 우리가 모르는 대형 비리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다. 노무현은 솔직하고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뒤에서 음험하게 행동하거나 터무니없는 공격에 굴복할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정치인이 되기 이전 삶을 되돌아보면 그는 평소 자신의 허물이나 단점은 물론, 남의 잘못이나 실수도 웬만하면 이해하고 넘어갈 줄 아는 넉넉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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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인이 되면서 노무현은 정의감과 개혁의지에 불타는 투사로 변모했고 세상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나타냈다. 대통령 시절에도 그의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상대가 누구이든 가차없이 비판했으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는 비판과 질책도 못 견뎌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못 참고 비판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집권 기간 내내 적지 않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당시 그는 스스로 정의롭다고 여긴 것 같았다. 사실 인간은 누구도 정의롭지 못한 데 말이다. 자신을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을 ‘불의不義’로 인식할 수 있다. 그들의 실수나 잘못을 지나치지 못하고, 가차 없는 비판과 적의를 표출할 수 있다. 어떤 대기업 사장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고 투신자살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 불의로 여기고 비판했던 것과 비슷한 모습을 자신이나 가족에게서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어느 날 자신도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겪었을 당혹감과 충격감은 어땠을까…. 그는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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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을 보면서 다윗왕이 생각났다. 그는 용감한 장군이요,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그런 그도 일생일대 큰 죄를 저지른다. 부하장군의 아내(밧세바)를 탐한 나머지 그 장군을 사지에 빠뜨려 죽게 만들고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솔로몬왕이다).

이 스토리만 보면 다윗은 대표적인 패륜아로 취급받아야 한다. 십계명에서 금한 간음, 살인, 거짓말, 도둑질 등의 율법을 크게 어긴 죄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용서받고 왕으로서 천수를 누리고 갔다. 구약성서는 물론 역사상 유대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영웅이 다윗이다. 

그는 어떻게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유대인들은 그가 진심으로 참회했고, 공功이 워낙 컸다고 한다. 그는 재임 중 분열된 민족을 통일하고 국토를 넓혀 강대한 나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저지른 죄로 고난의 길을 걸으며 회개하고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도 유대인들에게 생생한 교훈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다윗은 평생 관용과 용서의 사람이었다. 청년 시절, 자신이 모신 사울왕이 터무니없는 오해로 자신을 집요하게 죽이려고 해도 그는 원한을 품지 않고 끝까지 용서했다. 자신을 반역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사지死地까지 몰아넣은 친아들의 패륜도 용서했다. 결국 그가 평소 행한 용서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용서’해준 것이 아닐까. 이 고사故事는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용과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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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무현의 자살이, 비리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용서하지 않은 이상 나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노무현은 투신자살 직전에 남긴 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인간은 누구나 허물이 있다. 죄를 짓는다. 그러나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포용하고 용서해야 한다. 물론 용서는 때로 엄청난 인내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사실, 용서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상처 입은 과거에 대한 치유요, 예측 불가한 미래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아쉬움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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