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함영준의 인물 탐구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①

노태우 대통령 북방정책을 면전에서 비판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6-18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노태우 대통령 앞에서 북방정책 비난

1989321일 육사 제45기 졸업식. 민병돈 교장은 노태우 대통령에게 경례도 하지 않은 채 식사(式辭)를 통해 노대통령의 북방정책 및 대북 유화 기조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이며,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조차 흐려지기도 하며, 적성국과 우방국이 어느 나라인지도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매우 해괴하고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육군 중장의 이 발언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군부 강경세력의 집단 반발로 인식됐다.

d.jpg

민병돈은 신군부 핵심세력인 하나회출신의 육사 15기 대표 주자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인물. 강직하고 소신이 강한 무장(武將)이란 평과, 상관도 못 말리는 독선적 인물이란 평이 엇갈렸다. 결국 민 교장은 스스로 사의를 표한 뒤 군복을 벗었다

몇 달 뒤 나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의외로 동네 아저씨 같이 순박하고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는 졸업식 당시 자기 행동에 대해 밝혔다. “대통령이 북한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해 전방 군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주적이 북한이 아니라면 왜 엄동설한에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 나는 이런 여론을 직접 전하고 싶었다."

군 주변에서 민병돈은 민따로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대세나 관행에 따르지 않고 따로행동함으로써 사서 고생한다는 뜻이다. 확실히 그의 군 생활을 보면 그런 소리를 들을 만 했다. 상명하복(上命下服)과 위계질서가 투철한 군대에서 그는 소신에 따른 특이한행동을 많이 했다

1960년대 군에는 식량과 군용품을 빼돌려 팔아먹는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초급장교 시절부터 그는 상관에게 이를 지적하고 항의했다. ‘상납을 하지도받지도 않았다. 선거 때가 오면 공개적으로 여당 후보를 찍는 부정선거가 자행됐다.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찍는 것"이라며 부대원들의 비밀투표를 독려했다.

2.jpg

부대원에 방탄복 입히고 실탄 사격훈련

민병돈은 전형적인 ‘FM(Field Manual·야전교범) 군인이었다. 특전사 대대장 시절, 작전에 나가면 폼나는지휘관 텐트를 마다하고 허름한 사병 텐트 속에서 함께 뒹굴었다. 지휘관이 적에게 노출되면 안 된다는 교리를 철저히 지킨 것이다

훈련도 실전을 방불케 혹독하게 실시했다. 특전사령관 시절 88서울올림픽 테러에 대비, 즉응력(卽應力)을 기른다는 명분하에 부대원들 상호 간에 방탄복을 입히고 실탄 조준 사격을 하게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3.jpg

민따로의 원칙주의는 19852·12 총선 때 빛을 발한다. 당시 연금에서 풀려난 YSDJ 등 민주화 세력이 신민당 돌풍을 일으키자 전두환 정권은 총력전으로 맞섰다. 그러나 수도권 20사단장으로 근무하던 민병돈 소장은 평소 소신대로 부정 선거를 거부했다. 군에서는 난리가 났다

원래 20사단장은 수방사령관(중장)으로 영전하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그러나 민병돈은 준장 보직(육본 정보참모부차장)으로 좌천됐다.

<계속>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
함영준의 인물 탐구+ 더보기
내가 본 故 이건희 회장의 눈물
국정원장 내정자, 박지원의 인생 여정 좌익의 아들, 성공한 재미교포, DJ의 충신...
김정일 침실을 본 최초의 한국인 절제 없는 절대권력, 북한 최고 지도자의 민낯
북한에서 가장 좋아했던 대한민국 기자 “스파이 50명보다 나~!”
6.29 직전 ‘청와대 점령 쿠데타’ 준비한 장군 진짜 군인, 진짜 사나이 모습은 이렇다
"여론의 평가는 180도 달랐다" 소문 속 그의 진짜 모습은? 출소 후, 원한으로 남을 수 있던 관계를 역전하다
도박 미쳐 제자 유괴 살인후 1년 넘게 부모 협박 유복한 집안 명문대 ROTC출신의 두 얼굴
대통령 사생활 미끼로 미국 지배한 '밤의 대통령' 48년간 FBI국장 지낸 에드가 후버
문재인은 처칠인가, 챔벌레인인가? 코로나 위기에서 문재인 리더십
추미애의 '마이웨이'와 '잠 못이루는 밤' 과잉각성-완벽주의형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방우영 ③ 현장 우선의 '밑바닥 체질'에 용병술도 뛰어나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방우영 ② 34세에 조선일보 사장...3년만에 발행부수 2배로 늘려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방우영 ① 파업 주도한 노조도 포용했던 사주
'CEO형 대학 총장' 어윤대 ③ 추진력 뛰어나지만 '독단적'이라는 비판도 받아
'CEO형 대학 총장' 어윤대 ② 반발 무릅쓰고 국내 대학 최초로 영어 상용화
'CEO형 대학 총장' 어윤대 ① 막걸리 대신 와인... '민족 고대' 글로벌화 앞장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③ "DJ와 박정희, 한강의 기적 이룬 환상의 파트너"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② 측근의 권력 남용으로 도래한 '암(暗)'의 시대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① 97 외환위기 때 발휘된 DJ 리더십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던 YS ③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던 YS ② 임박한 국가 부도 모른 채 허세 부려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던 YS ① 승부사 기질 발휘했던 그의 '역사 바로세우기'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③ 장군 시절 부하의 라면집 개업 축하하러 가던 모습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② 6·29 직전 쿠데타까지 각오하고 진압작전 저지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① 노태우 대통령 북방정책을 면전에서 비판
혁명가에서 휴머니스트로 변신, 박노해 시인 ③ 분쟁지역 사진 찍는 그의 일관성은 '약자의 편'
혁명가에서 휴머니스트로 변신, 박노해 시인 ② 박노해의 생각을 바꾼 어느 여성 노동자의 한 마디
혁명가에서 휴머니스트로 변신, 박노해 시인 ① 와인을 좋아했던 무기수 박노해와의 인연
소신의 언론인 조갑제 ② 소신을 위해 미칠 줄 아는 사람
소신의 언론인 조갑제 ① 북한 기자들도 주목했던 '월간조선 조갑제 기자'
노무현과 용서 ③ 용서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
노무현과 용서 ②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알았던 정치인
노무현과 용서 ① '노무현 변호사 영장 4차례 기각' 단독 취재
인권변호사 조영래 ② 조용히 세상을 바꿔가던 온유한 모습 생생
인권 변호사 조영래 ① 폐암으로 43세에 타개...나와는 '동지적' 관계
내가 만난 지휘자 정명훈 ③ 바깥 삶은 '알레그로', 안쪽 삶은 '안단테'
내가 만난 지휘자 정명훈② “결혼은 생애 최고의 행운이고 기적"
내가 만난 지휘자 정명훈① 대통령 앞 공연 3시간 전, 세트 철거 요구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② 경찰서 유치장에서의 단독 인터뷰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③ 우리 마음 속의 폭력성..."김태촌과 공범 관계"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① 인간 내면의 폭력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김훈의 무언의 울림 3 "나는 '단독자'의 삶을 즐긴다"
김훈의 무언의 울림 2 나이 오십에 경찰서 출입기자가 되다
김훈의 무언의 울림 1 'Show, Don’t Tell(말하지 않되 그대로 보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