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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인물 탐구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②

6·29 직전 쿠데타까지 각오하고 진압작전 저지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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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청와대 점령 계획까지 세워

19876월 중순 전국은 폭풍 전야였다. 6·10 항쟁을 계기로 전국이 준()소요상태로 접어들었다. 곧 군이 출동하고 위수령(衛戍令)이 발동될 것이라는 풍문이 퍼져 나갔다. 민병돈 특전사령관은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만약 군이 출동한다면 그의 특전사가 최첨병으로 나설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군이 나서면 내란 상황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런 우려는 비단 민병돈만의 것이 아니었다.

4.jpg

드디어 619일 육군참모총장 발() ‘작전명령 제87-4가 떨어졌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 전군, 87.6., 시부로 소요 진압작전 실시
- 4개 사단, 6개 특전여단, 4개 군단 특공연대, 해병 2개 연대는 수도권 및 후방에 배속
- 부산·경남과 충남·북지구, 계엄사 운용
- 육군 예비: 특전사, 수기사, 항공여단
- 발포 명령은 선() 육본 건의 후, 승인하 조치


상황은 급박해졌다. 이제 대통령 한 마디면 전군이 출동해유혈충돌무력진압내전상태로 번질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 민병돈은 즉시 육사 동기인 고명승 보안사령관을 만났다

군이 출동하면 다 망한다. 자네가 각하를 만나 명령 취소를 건의하게. 만약 누가 대표자라고 묻는다면 내 이름을 대게."

고명승도 동감을 표시하고 즉시 청와대로 올라갔다.

민병돈과 전두환(헬기내).jpg
전두환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과(왼쪽,대령 보직) 민병돈 제2대대장(맨 오른쪽)이 1972년 지리산 훈련 상황을 참관하기 위해 헬리콥터에 타고 있다.

민병돈은 만약 대통령이 건의를 무시한다면 즉시 휘하 707대대로 청와대를 점령하는 쿠데타를 감행할 계획이었다. 이미 도상 연습도 마쳤고, 방송용 대국민 성명서도 작성한 상태다. 당시 가까운 후배들로 이뤄진 수도권 부대 지휘관들의 동조도 자신했다. ‘문제는 대통령과의 의리(義理). 그러나 대한민국 장군으로서, 특전사령관으로서 개인적 인간관계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먼저다.’ 그는 실패할 경우 총살이나 자결을 각오했다.

 

고명승 보안사령관이 전 대통령을 만났다.

각하. 군 출동 명령을 재고해달라는 군내 여론이 높습니다."

누가 주도하는가."

민병돈 특전사령관입니다."

뭐야 민병돈이?" 

순간 전 대통령의 얼굴에 뜻 모를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알았어. 가봐."

 

전 대통령은 사실 엄포용으로 작전명령을 시달한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민병돈의 사람됨을 알고 있었다. 염려하던 군 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며칠 뒤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역사적인 ‘6·29 선언이 발표됐다.

<계속>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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