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휴가병 보면 여비 줘 보내
민병돈은 퇴임 후 일체의 공직 제의를 뿌리친 채 40여 년 전 마련한 서울 양천구 목동 집에서 중풍 걸린 아내를 수발하며 산다. 그리고 늘 허름한 점퍼를 걸치고 보수단체 모임에 나가 묵묵히 도와주고 나라 사랑을 실천한다.
어떻게 하면 부하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원칙에 맞게 살며, 전투를 잘하는 군인으로 만들 것이냐가 그의 주관심사였다. 3성 퇴역 장성인 그는 골프도 안 친다. 자동차도, 휴대폰도 없다. 잘난 체 하지도, 무용담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와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다. 10여년전 신문사를 나와 고생하고 있을 때 어느 날 그의 전화가 걸려 왔다. “요즘 얼마나 힘들어. 식사나 해."
우린 식당에서 설렁탕과 소주 한 병을 나눠 먹었다. 그날 그 점심이 지금도 내겐 잊혀지지 않는다.
그 뒤 오랜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저녁 무렵 그는 40년 전 대대장 시절 따르던 하사관(부사관)이 왕십리 지하철역 부근에서 라면집을 개업해 축하해주러 간다고 일어섰다.
육십 넘은 부하의 새 길을 격려하기 위해 시청 전철역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팔순 퇴역 군인의 뒷모습…. 순간 내 마음속에 뭉클한 무엇이 치밀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