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함영준의 인물 탐구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②

측근의 권력 남용으로 도래한 '암(暗)'의 시대

함영준  |  편집 명지예 기자  2019-07-1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20011월 초, DJ는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비쳤다. 20006월 북한방문,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기세등등하던 시절이었다.

1월 말 안정남 국세청장이 중앙언론사 23개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했다. 소위 언론개혁의 실행이었다바야흐로 DJ 정권과 언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정확히는 조··동 등 3개 보수신문사를 겨냥한 것이다. 국세청·검찰·공정위가 총동원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개혁을 내세웠지만 방법은 옛날 그대로였다. 신문사 간부들에 대한 도청과 유언비어, 협박이 노골화됐다회유작전도 병행했다. 청와대와 국세청은 전형적인 ‘Whisky &Cash’로 나왔다

20090818150003__ZRUDV.jpg

신문사도 기업인 이상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은 언론사의 정권 협조를 위해 칼날을 겨눴고 DJ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4년 반 만에 귀국해보니 한국 권부(權府)권력에 만취된느낌을 받았다. 청와대, 여당, 검찰, 국정원, 기무사, 경찰 간부 등 이른바 정권 실세들이 유착해 얽히고 설켜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에 민간 사업가들과 조폭이 가세해 각종 게이트를 양산했다. 이용호·정현준·진승현·최규선 게이트 등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지역주의(Regionalism)’가 도사리고 있었다. 건국 후 처음 호남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차별받던 지역 인맥들이 뭉쳐 온갖 특혜와 이권에 개입하고 있었는데, 과거 영남 정권 시절 못지 않았다.

설상가상 그 지역마저 더 균열되고 있었다. 호남 인맥이 전남·전북으로 갈리고, 전남은 광주·목포로, 광주는 다시 특정 고교들끼리 갈등을 겪는 소지역주의의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gfds.JPG
임기말 DJ 2남 김홍업(왼쪽), 3남 홍걸씨가 각종 게이트로 구속되는 모습.

심지어 정권과 언론 간 전쟁이 한창일 때 현직 국정원 간부들이 동료의 비리를 제보하려고 내가 몸담은 신문사를 찾아오기도 했다. DJ 정권 초기 잘나가던 전남 인맥이 전북 출신에게 밀리면서 반기를 든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이렇게 되다니

결국 집권 5년차(2002)에는 DJ2, 3남마저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 DJ정권의 전반기가 명()이라면 후반기는 명백한 암()의 시대였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
더보기
함영준의 인물 탐구+ 더보기
내가 본 故 이건희 회장의 눈물
국정원장 내정자, 박지원의 인생 여정 좌익의 아들, 성공한 재미교포, DJ의 충신...
김정일 침실을 본 최초의 한국인 절제 없는 절대권력, 북한 최고 지도자의 민낯
북한에서 가장 좋아했던 대한민국 기자 “스파이 50명보다 나~!”
6.29 직전 ‘청와대 점령 쿠데타’ 준비한 장군 진짜 군인, 진짜 사나이 모습은 이렇다
"여론의 평가는 180도 달랐다" 소문 속 그의 진짜 모습은? 출소 후, 원한으로 남을 수 있던 관계를 역전하다
도박 미쳐 제자 유괴 살인후 1년 넘게 부모 협박 유복한 집안 명문대 ROTC출신의 두 얼굴
대통령 사생활 미끼로 미국 지배한 '밤의 대통령' 48년간 FBI국장 지낸 에드가 후버
문재인은 처칠인가, 챔벌레인인가? 코로나 위기에서 문재인 리더십
추미애의 '마이웨이'와 '잠 못이루는 밤' 과잉각성-완벽주의형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방우영 ③ 현장 우선의 '밑바닥 체질'에 용병술도 뛰어나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방우영 ② 34세에 조선일보 사장...3년만에 발행부수 2배로 늘려
사람을 중히 여긴 신문인 방우영 ① 파업 주도한 노조도 포용했던 사주
'CEO형 대학 총장' 어윤대 ③ 추진력 뛰어나지만 '독단적'이라는 비판도 받아
'CEO형 대학 총장' 어윤대 ② 반발 무릅쓰고 국내 대학 최초로 영어 상용화
'CEO형 대학 총장' 어윤대 ① 막걸리 대신 와인... '민족 고대' 글로벌화 앞장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③ "DJ와 박정희, 한강의 기적 이룬 환상의 파트너"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② 측근의 권력 남용으로 도래한 '암(暗)'의 시대
인기보다 정공법 택한 김대중 ① 97 외환위기 때 발휘된 DJ 리더십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던 YS ③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던 YS ② 임박한 국가 부도 모른 채 허세 부려
지나친 자신감이 독이 됐던 YS ① 승부사 기질 발휘했던 그의 '역사 바로세우기'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③ 장군 시절 부하의 라면집 개업 축하하러 가던 모습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② 6·29 직전 쿠데타까지 각오하고 진압작전 저지
소신따라 행동한 FM 군인 민병돈 ① 노태우 대통령 북방정책을 면전에서 비판
혁명가에서 휴머니스트로 변신, 박노해 시인 ③ 분쟁지역 사진 찍는 그의 일관성은 '약자의 편'
혁명가에서 휴머니스트로 변신, 박노해 시인 ② 박노해의 생각을 바꾼 어느 여성 노동자의 한 마디
혁명가에서 휴머니스트로 변신, 박노해 시인 ① 와인을 좋아했던 무기수 박노해와의 인연
소신의 언론인 조갑제 ② 소신을 위해 미칠 줄 아는 사람
소신의 언론인 조갑제 ① 북한 기자들도 주목했던 '월간조선 조갑제 기자'
노무현과 용서 ③ 용서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
노무현과 용서 ②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알았던 정치인
노무현과 용서 ① '노무현 변호사 영장 4차례 기각' 단독 취재
인권변호사 조영래 ② 조용히 세상을 바꿔가던 온유한 모습 생생
인권 변호사 조영래 ① 폐암으로 43세에 타개...나와는 '동지적' 관계
내가 만난 지휘자 정명훈 ③ 바깥 삶은 '알레그로', 안쪽 삶은 '안단테'
내가 만난 지휘자 정명훈② “결혼은 생애 최고의 행운이고 기적"
내가 만난 지휘자 정명훈① 대통령 앞 공연 3시간 전, 세트 철거 요구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② 경찰서 유치장에서의 단독 인터뷰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③ 우리 마음 속의 폭력성..."김태촌과 공범 관계"
80년대 조폭의 상징 김태촌① 인간 내면의 폭력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김훈의 무언의 울림 3 "나는 '단독자'의 삶을 즐긴다"
김훈의 무언의 울림 2 나이 오십에 경찰서 출입기자가 되다
김훈의 무언의 울림 1 'Show, Don’t Tell(말하지 않되 그대로 보여주다)'